질 높은 교육 기회의 평등
자녀 교육은 많은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관심사다. 교육 환경이 부동산 가치를 좌우하고, 부모의 경제력이 좌우하는 교육의 격차가 늘 사회문제가 되곤 한다. ‘2024 대한민국 AI 50’ 기업에 선정된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I HATE FLYING BUGS)는 교육과 기술을 융합해 교육 기회의 평등을 추구하는 에듀테크 기업이다.
여느 초등학교 하교 시간이 되면 학교 앞은 학원 차와 학부모, 학생이 엉켜 번잡해진다. 교문을 나선 아이들은 부모와 반갑게 인사할 틈도 없이 서둘러 각자의 학원 차에 오른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이미 영어, 수학, 과학, 음악, 태권도 등 사교육 서너 과목은 기본이 됐다.
지난 1월 한반도선진화재단 등이 주최한 교육현안 연속 세미나에서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2022년 사교육비가 약 26조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사교육비 대부분은 오프라인 학원과 과외가 차지한다. 지난 4월 11일 서울 여의도 파크원에서 만난 박찬용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 대표는 “교육시장 중 오프라인 학원과 과외가 91%를 차지하고 온라인교육 시장은 5%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온라인교육 시장이 저조한 이유는 뭘까. 학습자와 교사가 직접 마주 보고 진도를 관리하는 오프라인 학원과 달리 학습자 개인별 맞춤 관리가 어려워서다. 해외에선 학습자의 성향과 학습 분석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학습 내용과 방식은 물론 평가 방법과 난이도까지 최적화한 맞춤형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어댑티브 러닝(Adaptive Learning)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기도 한다. 이를 통해 교육 효과와 학습자 만족도를 개선하려 했지만, 성과는 좋지 않았다. 박 대표는 “공부를 선호하는 학생들은 극소수로, 이 기업들이 연이어 실패한 것은 기업이 개인 맞춤형 콘텐트를 제공해도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학습자들이 공부를 하지 않았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 대표는 연세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2012년 창업 시장에 뛰어들었다. 교육 시장을 모니터링하면서 과외가 여전히 사교육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한다고 생각했다. 어댑티브 러닝을 바탕으로 사람이 직접 이용자의 학습 상황을 관리하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AI 기술 기반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고 온라인에서 축적된 학습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 맞춤형 콘텐트 제공과 함께 사람이 직접 관리하는 사업 모델을 내세웠다.
박 대표는 AI 기반 ‘리얼 타임 러닝 애널리틱스’가 교육 서비스 플랫폼(Education Platform as a Service: EPaaS) 내에서 모두 실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PaaS는 네 가지 관리 시스템인 CMS(Contents Management System), TMS(Teaching Management System), LMS(Learning Management System),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로 구성돼 있다. 콘텐트 제작·커리큘럼 설계·학습 기록은 CMS, 실시간 학습 모니터링과 피드 발송은 TMS, 학습 리포트와 복습하기는 LMS, 결제·판매·학적 관리 등은 CRM에서 이뤄진다. CMS에서 만들어진 콘텐트는 교사가 TMS에서 학습자를 관리하고, 학습자는 LMS에서 공부한다. 한 플랫폼 안에서 데이터의 축적과 사업 영역의 확장이 이뤄지는 것이다.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의 사업 영역은 민간교육과 공교육 학습 관리 등 두 가지로 나뉜다. 민간교육은 ‘밀당PT’ 개인용과 학원용 서비스가 있다. 밀당PT 개인용은 학습자와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 교사를 일대일로 매칭해 학습 관리가 이뤄진다. 학원용 콘텐트는 메가스터디, NE능률 등 유수의 교육 전문기업과 결합해 서비스 중이다. 이 밖에 공교육 학습 관리를 위한 ‘스쿨 PT’도 출시했다.
실시간 모니터링과 데이터 기반 맞춤형 콘텐트 제공
학습에서 모니터링이 왜 중요한가.
과외 모니터링에서 핵심 가치는 두 가지다. 첫째, 학습자의 공부를 강제한다. 지켜보는 사람의 유무에 따라 공부의 능률과 결과에 호손효과가 있다. 교사가 지켜보는 동안 학습자는 공부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학습효율은 혼자 공부할 때보다 높아진다. 둘째로, 학습자의 질문을 즉시 해결해준다. 공부하다가 모르는 부분이 나오면 질문해 바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
영어과외 학습 방법을 분석해보니 2시간 동안 단어시험, 연습문제 등으로 과외에서 모니터링이 차지하는 비율이 41%에 해당했다. AI 기반 ‘리얼 타임 러닝 애널리틱스’는 과외의 모니터링 효과를 내고, 밀당PT 내 가장 작은 학습 단위인 ‘스터디 액티비티(Study Activity: SA)’는 강의를 대체한다. 이 사업에 뛰어들어 10년 넘게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기존 책들을 스터디 액티비티로 구현해 하나의 태블릿에 수백만 개 지식을 담았다. 액티비티는 나만을 위한 맞춤 콘텐트 요약이라 설명할 수 있다. 러닝 애널리틱스와 스터디 액티비티라는 기술로 교사의 업무가 89% 대체됐다.
AI 모니터링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
교사는 학습자가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학습자의 질문에 3분 이내로 답변해주는데, 이 비율이 90%에 이른다. 학습 과정에서 몇 개 틀렸는지, 한 문제 푸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 오답 체크 등이 가능하다. 가령 영어를 공부할 때 단어를 몰라서 풀지 못했는지, 문장 구조를 이해하지 못해 틀렸는지 확인할 수 있다. 교사는 ‘리얼 타임 러닝 애널리틱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풀이하는 과정을 확인할 수도 있다. 교사는 학습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자의 취약점을 확인하고 이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추가 콘텐트를 제공하거나 학습 경로를 추천해 실력 향상을 이끈다.
AI 기반 콘텐트 추천은 어떻게 이뤄지나.
학습자의 학습 상태를 점검해 AI 기반 콘텐트를 추천한다. 학습자가 푼 객관식 문제 외에 서술형 문제도 AI가 자동 채점한다. 지난주와 최근 정답률을 한 번에 요약 분석하는 서비스도 제공되며, 학습자의 마우스 움직임까지 트래킹한다. 기술의 결합으로 교사 1인이 다수의 학습자를 관리할 수 있게 돼 매주 6시간 100% 관리받을 수 있는 지속성을 가진 학습관리 모델이 탄생했다. 학습자, 학습관리, 콘텐트가 모두 연결된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온라인 학습에도 강제성을 줄 수 있나.
교육 서비스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학습자가 공부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밀당PT 모니터링 시스템에서는 출석관리뿐 아니라, 이용자의 학습 상태나 진도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주기적으로 상담해 학습 의지나 정서 등을 관리해 친밀함을 높인다. 일반 인터넷 강의 회사들의 완강률은 7~8%에 불과한데, 우리는 공백 없는 일대일 맞춤 관리 덕분에 완강률 95%를 자랑한다. 실제로 성적 상승까지 실현했다. 교육 효과는 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없다. 사람과 기술이 공존해야만 기술의 가치가 돋보인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기술을 접목해 질 높은 교육 평등을 실현하고 있다.
밀당PT 교사는 어떻게 선발하나.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 교사는 과외처럼 대학생이나 단순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합격률 9%의 바늘구멍을 통과한 정규직 교사다. 현재 300명 정도를 채용했으며, 교사 선발 후에는 일정 시간 체계적인 입문 과정을 거친다. 지속적인 성과 관리, 동기부여 등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어, 일반 과외나 학원 교사와 비교해도 경쟁력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
디지털 교육 혁신에 앞장서고파
2025년부터 초·중·고 일부 학년에 AI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될 예정이다.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는 공교육 디지털 혁신 기조에 어떻게 대응하는가.
디지털 교육 혁신은 교육부 3대 교육 개혁 과제로, AI 디지털교과서가 추진되고 있다. 누적 사용자 20만 명, 18억 건에 이르는 학습 데이터를 기반으로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도 2023년 교육부 산하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AI 디지털교과서 중등수학 연구과제 사업자로 선정됐다. AI 디지털교과서는 학습자 개인의 능력과 수준에 맞는 다양한 맞춤형 학습 기회를 지원할 수 있도록 AI를 포함해 지능정보화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학습자료와 학습지원 기능 등을 탑재한 교과서다. 이 교과서로 학습자 개개인의 데이터 적재나 관리를 통한 맞춤형 학습 추천과 학생·교사·학부모에게 적절한 정보를 제공해, 에듀테크를 활용한 학생들의 교육 격차를 완화하고 모두를 인재로 키우는 맞춤교육을 실현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도 목표 달성에 일조하려 한다.
개인 학습처럼 공교육 시장에서도 일대일 관리가 가능한가.
오프라인에서 한 학급 학생 수가 30~40명이라고 가정하면, 교사는 누가 수업에 집중했는지를 일일이 체크하기가 힘들다. 스쿨PT를 이용하면 학교 선생님이 일대다 맞춤형 학습관리를 할 수 있다. 학생들이 모르는 부분을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고, 아는 부분은 빠르게 진도를 넘어갈 수도 있다. 교사가 디지털교과서를 기반으로 스터디 액티비티를 제공한다. 공교육에서도 개인 맞춤형 콘텐트로 어댑티브 러닝이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AI가 교사 인력을 대체하지 않을까 비판적인 시선도 있을 것 같다.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의 미션은 ‘질 높은 교육 기회의 평등’이다. 교육 분야에서 AI는 선생님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의 역량을 강화하는 도구라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우리는 교사를 대체하는 로봇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착용할 수 있는 영화 <아이언 맨>과 같은 슈트를 개발한다. 질 높은 교육 기회의 평등을 만드는 데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기술로 기여하는 것이다.
업계가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를 주목하는 이유는.
2012년 회사를 설립해 2013년 밀당영어를 통한 단어 스터디부터 시작했다. 2016년 밀당영어 1차 개발의 산물인 교육용 LMS를 이용해 학원·학교 시장 진출, 2017년 밀당영어 2차 개발로 공무원 준비생 대상 메신저 기반 비대면 관리형 서비스를 론칭했다. 2019년에는 밀당 영어 중고교생 대상 일대일 비대면 학습관리 시장에 진출했다. 1~2년 만에 반짝 생긴 회사가 아니라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성장해온 회사다. 누적 투자유치액만 659억원에 달하고 2023년 중소벤처기업부 예비유니콘기업에도 선정됐다. 사회에서 우리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을 실감한다. 기대에 부응해 발돋움하고 싶다.
2021년 고용노동부 주관 ‘워라밸 실천 기업’, 2023년 행복한 중기 일자리 대상에서 ‘산업통상자원부장관상’을 수상할 만큼, 복지 혜택이 좋은 것 같다.
20~30대가 많은 특성 탓에 직원들 스스로 기업문화를 만들고 있다. 대표적으로 사내 소셜클럽을 들 수 있다. 사무실 내 벽면에 붙은 포스터는 각자의 색깔을 담은 등산, 맛집 탐방, 디지털아트 등 사내 동아리 모집 안내다. 시차 출퇴근제를 시행하고 있고, 우리 사무실의 최고 ‘뷰 맛집’은 직원들의 휴게실이자 카페테리아로 활용하고 있다. 교육 분야는 다른 AI 기업과 달리 더 섬세하게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영역이다. 직원들의 업무 환경을 신경 써 조성한 뒤에 뚜렷한 매출 신장이 있었고 퇴사율도 눈에 띄게 줄었다. 창업 초기에는 직원이 나를 포함해 5명이었지만, 현재는 2024년 4월 기준 533명으로 성장했다.
해외 진출 계획은?
현재 우리 기업은 B2G(Business to Government)와 B2C(Business to Consumer) 모두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해외에 있는 출판사에서 연락이 오기도 한다. 올해는 국내 디지털교과서에 총력을 기울이고,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시장 개척도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