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부터 대한민국 교육 현장에 ‘AI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된다.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학습을 제공하는 기존의 교육 방식에서 학생 데이터 기반의 ‘맞춤’ 학습콘텐츠를 제공하게 된다. 정부는 AI 디지털교과서가 교육 격차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AI 디지털교과서는 대한민국 교육의 ‘혁신’이 될 수 있다. 다만 그 본질과 목적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박찬용 밀당PT 대표는 “AI 디지털교과서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지도 시스템이 선생님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이 시스템을 통해 선생님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며 AI 디지털교과서의 역할을 명확히 짚었다.
밀당PT는 개인 맞춤형 학습 서비스다. AI를 활용하되 튜터링하는 선생님을 둬 학생들이 실질적인 학습 효과를 얻도록 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박찬용 대표는 밀당PT의 솔루션 형태가 AI 디지털교과서와 거의 동일하다고 말한다.
그런 이유로 최근 YBM과 디지털교과서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관련 연구회나 행사에 참석하느라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 IT조선은 최근 밀당PT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박찬용 대표를 만나 디지털 기반의 학습 환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AI 기반 학습 시스템, 어댑티브 러닝(Adaptive Learning)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지만 핵심은 ‘기술은 교육 환경의 대체가 아니라 학생들에게 보다 나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도움주는 역할’이라는 것이다.
― 밀당PT를 10년 넘게 이끌어오고 있다. AI 기반의 에듀테크 기업으로는 나름 장수 스타트업이라고 생각된다.
“2012년 설립했으니까 햇수로 12년 째다. 처음에 ‘어댑티브 러닝’이라는 개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온라인 강의를 하게 되면 학습에 대한 많은 데이터가 나오는데 이를 잘 분석하면 개인 맞춤형 학습을 해 줄 수 있겠다는 개념이었다. 당시에는 어댑티브 러닝이 기존의 개인 맞춤형 학습인 과외를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제공해 줄 수 있는 기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댑티브 러닝이라는 개념만으로 성과를 내는 데는 한계가 있어 2017년부터 비대면에서 실시간으로 학생들을 관리해주는 서비스를 런칭했다. 이전과 다른 부분은 튜터링 해주는 선생님이 개입된 서비스라는 점이었다. 이후 현재까지 학원, 과외, 인터넷강의의 장점을 모두 담은 밀당PT만의 학습관리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 어댑티브 러닝이 성과를 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한계인가.
“어댑티브 러닝은 공부하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본질적인 부분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원래 공부하기 싫어한다. 하지만 대다수 에듀테크 기업들은 사람들이 수준에 맞는 콘텐츠를 제때 공급받지 못했기 때문에 공부를 못했던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어댑티브 러닝 서비스를 만든 것이다.
결과적으로 어댑티브 러닝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기존 인강(인터넷 강의)은 판매하면 끝이었는데, 어댑티브 러닝은 효과적인 서비스임이 확인돼야 판매되는 구조였다. 서비스를 좋게 하려면 학습 데이터가 쌓여야 하는데 사용자 확보를 못하니 의미 있는 데이터가 쌓이질 않는 구조였던 것이다. 그게 이 시장의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 그래서 선생님이 튜터링 해주는 서비스로 바꾼 것인가.
“2017년 하반기 고민을 해봤다. 왜 학생들이 온라인에서는 공부를 안 할까를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얻어낸 하나의 결론은 ‘선생님’이라는 존재였다. 기존 오프라인 교육에서는 모두 선생님의 지도와 관리가 있었는데 어댑티브 러닝을 포함한 온라인 교육은 거의 모두 ‘자기주도 학습’이었다. 자기 스스로를 통제하면서 학습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거기다 서비스 대상은 한창 게임하고 친구들끼리 노는게 가장 재밌는 학생들 아닌가.
선생님의 튜터링은 분명 효과가 있다. 그럼 튜터링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살펴봤더니 선생님이 90분 동안 튜터링을 한다고 했을 때 매우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전체 시간의 40%를 모니터링에 사용한다는 것이다. 얼핏 지켜보는 데만 40분을 쓴다면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튜터링은 매우 중요한 두 가지 역할을 한다. 첫째, 학습자의 공부를 강제한다는 거다. 두 번째, 어려운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해결할 수 있도록 개입한다는 것이다. 사실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나 어려운 문제 나오면 신나서 풀지, 그렇지 않은 학생은 포기하기 쉽다.”
― AI 디지털교과서가 지향하는 방향과 비슷한 것 같다.
“동일한 구조라고 생각한다. 디지털 기술을 통해 선생님이 학생들의 학습 행동을 모니터링 하고 보다 효과적인 학습지도를 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본다.
AI 디지털교과서를 기존 어댑티브 러닝 방식의 자기주도 학습으로 여기는 경우가 있는데, 문제는 여기에 활용되는 학습 분석 시스템이 학생들을 정확히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가령 수학 문제 하나를 푸는 경우라면 학생이 못 풀었을 때 기존 어댑티브 러닝에서 활용되는 학습 분석 솔루션은 그 문제를 푸는 데 필요한 공식들을 모두 나열해주는 형태였다. 하지만 정작 그 학생은 공식을 몰라서가 아니라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에 오류가 있는 경우가 많다. 선생님에게 한번 보여주기만 하면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 AI가 실제로 도움 줄 수 있는 영역까지를 AI가 다뤄야 하고, 아직 사람이 판단해야 하는 영역은 선생님이 판단할 수 있는 영역으로 남겨놔야 한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AI 디지털교과서는 선생님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의 역량을 늘려주는 도구로 활용돼야 한다. AI 디지털교과서의 중심은 결국 선생님이다.”
― 구체적으로 AI가 다뤄야 할 영역과 선생님이 다뤄야 할 영역은 무엇인가.
“우선 AI는 학생들의 학습 수준을 파악하는 데 활용돼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값을 토대로 선생님이 학생에게 학습의 방향과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일부 어댑티브 러닝 기업들은 AI로 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가령 한 학생이 영어 문제를 맞혔을 때 AI는 좀더 어려운 문제를 내고, 틀렸을 때는 쉬운 문제를 낸다. 하지만 학생이 그 문제를 틀린 이유는 여러가지일 수 있다. 실수일 수도 있고, 기분이 안좋아서일 수도 있다. 또 공부하기 싫어서 일부러 틀릴 수도 있는 거다. 이런 부분은 선생님의 영역이다. 선생님은 AI를 통해 얻은 학생의 학습 상태를 기반으로 더 효과적인 학습 진단과 처방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정부에서 AI 디지털교과서를 ‘AI 보조교사’라고 지칭한 것은 디지털교과서의 역할을 정말 잘 나타낸 것이라고 본다.
한 가지 더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AI 디지털교과서의 역할이 학생마다의 능력치에 맞는 학습법을 제공해서 모두가 같이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있다는 점이다. 기존 학교에서는 모두에게 동일한 학습 내용을 동일한 진도에 맞춰 가르친다. 학생들마다 학습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학생은 못따라가고 어떤 학생은 너무 쉽다고 생각하게 된다.
중요한 부분은 AI 디지털교과서가 학생들 수준에 맞게 서로 다른 수업 진도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수업을 진행하되 학생들마다의 차이에 맞춘 학습법을 제공해 흥미를 가지고 수업을 따라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근 정부가 이야기하고 있는 느린 학습자와도 맞닿아 있다고 본다.”
― 이러한 교육 환경이 지향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교육 평등이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교육을 받아야 하는게 맞다. 그리고 학교에는 다양한 환경의 아이들로 구성돼 있어야 한다. 단순히 학습하는 것만이 아니라 서로 교류하면서 상대방을 잘 이해하고, 협업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AI 디지털교과서는 기존 학교의 취약점이었던 ‘평균을 기준으로 하는 학습’을 보완할 수 있다. 학교 생활을 하면서도 학생 개개인에 맞춰진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